코우노 후미요님의 작품중 가장 보기 힘들고, 이래저래 주저를 많이 했던 작품인 듯 싶습니다. 내용이 어렵다기 보다는, 작품내에 그려지는 시간이 한창 전쟁막바지였던 1942년에서 1945년의 시기를 다루고 있는지라, 분명히 그 시간내에 히로시마 원폭투하장면이 또 등장하지 싶은데 싶어서 마지막권까지 읽어야할까 하는 생각에 마지막권의 구매가 상당히 늦어지게 되었죠. (사둔지 오래되었던 2권을 읽은게 몇일 안되었거든요)
뭐 어쨌든 결말은 봐두자 싶어서, 결국 마지막권까지 읽게 되었는데, 읽고 난 감상 및 기분은 좀 미묘하게 복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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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배경은 주인공 스즈의 고향인 히로시마. 스즈의 친척들이 살고 있는 서쪽의 쿠사츠(히로시마의 서쪽지방. 군마현의 쿠사츠 온천이나 시가현의 쿠사츠와는 관련없습니다), 그리고 스즈가 시집와 살게되는 군사도시 쿠레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시대적배경이 시대적배경인지라, 마지막권 중반부까지는 미국의 공습으로 인한 전쟁의 참상을 그리고 있죠.
하지만, 뭐랄까 왜 전쟁이 났을까 이런것과는 상관없이 그저 나라가 시키는대로 교육받고, 그저 나라에서 시키는대로 방공호를 만들고, 국가에서 장려하는 여러가지 캠페인에 따르고, 기미가요, 히노마루를 찬양하며 황국의 신민으로 살아가다 맞이하게 되는 현실을 그저 아무생각없이 받아들이고 또 순응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당시의 일본인들이 전쟁당시 행하던 일상을 그저 담담히 그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저 방관자적인 시점으로 그린다고 볼 수 있는데, 내재되어있는 요소를 파악한다는 건 뭐랄까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생각을 하게 하는지라, 어찌보면 반전물로도, 어찌보면 군국주의 찬양물같이도 보일 수 있는 면이 있달까요?
가장 뇌리에 남는 장면은 8월 15일 천황의 항복선언장면이로군요.
자신들이 늘 신이라고 생각했던 천황이 사실은 단순하게도 사람이었다는 사실에 뭔가 진이 빠져 항복했으니 이제 전쟁도 끝났구나하고 안심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모습이 왠지 화가 나 일본인이라면 최후의 일인까지 맞서 싸워야 하는 게 아니냐며, 이런 일을 납득할 수 없다며 뛰쳐나가지만, 하루미를 잃고 통곡하는 케이코의 모습과 미군들이 전투기에서 뿌린 항복권유 삐라들이 나부끼는 속에 하늘 저편으로 날아가는 잠자리떼를 보며
'이 나라에서 정의가 사라지고 있어.'
와 더불어, 나부끼기 시작하는 태극기를 바라보며
'아아, 폭력을 뒤따른 결과는 폭력에 굴복하게 된다는 이야긴가. 그것이 이 나라의 정체로구나'
하며 이런 허무한 결과를 보지 않고,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고 울부짖는 장면이네요. 자신들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댓가를 치르는 가해자 겸 피해자가 되어버린 장면이죠.
폐허속에서 다시 재기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뉘앙스로 작품은 종결을 맺는데, 전쟁의 미화라던지 피해자적인 요소만 강하게 부추긴다기 보다는 그저 그 당시 일본사람들이 전쟁때 이렇게 살았다 그런 이야기겠죠. 다만, 뭐랄까 책 중간에 정신대 관련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만, 단순히 근로정신대 관련이야기만 언급이 되는지라, 참 미묘한 기분입니다. 그 분들이 단순히 공장에만 동원된 건 아니니까요.
그런 전쟁의 참상이 많이 부각되는 작품입니다만, 사실 이 작품의 제목처럼 주된 내용은 힘들고 고난의 연속이었던 곳에서 살아가는 스즈의 이야기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겠죠. 이런 저런 와중에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스즈만을 바라보고, 결국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슈우사쿠와 시집살이를 하며 일어나는 이런저런 에피소드의 지금생각하면 어르신들의 로망스라던지, 그 당시 생활자료 및 시대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있는 편이라 스토리는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이기에 어쩔 수 없는 요소들도 있기에 그런 불편한 감정은 좀 감안해야 하는 것도 미리 알려드리고요.
최근 다시 또 시끌시끌해지는 시점의 8월. 그리고, 64년전 오늘도 무참히 사라져갔던 사람들의 희생을 생각하며, 그런 의미없는 죽음을 다시 반복하지 않고 또 피를 흘리게 되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저쪽 극우인사분들은 좀 닥치고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하루입니다.
원래는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8월 6일에 감상을 올리고 싶었지만, 나가사키에 원폭이 떨어진 오늘 글을 올리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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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방문자 2009/08/25 13:2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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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월 2009/08/27 02:04 편집/삭제 댓글 주소
비공개님> 아, 원서로 저번주에 구했어요. 후쿠오카 다녀왔다가, 만다라케에서 인도의원번성기랑 같이 구했네요
비밀방문자 2009/09/12 16:04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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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월 2009/09/29 23:12 편집/삭제 댓글 주소
비공개님> 오랫만입니다 ^^ 그나저나 저도 요즘 영 학기제 블로그화 되어버려서 면목이 @~@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